일본 도호쿠 대지진의 여파로 세계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 반도체 공장 가동 차질 탓에 반도체 가격이 하루 만에 최고 13%가량 폭등했다. 또 액화천연가스(LNG)와 곡물 수요가 급변동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비상수급 대책을 마련 중이다.
14일 세계 반도체시장 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력제품인 DDR3 1기가비트(Gb) 제품의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인 11일 1.04달러보다 6.73% 급등한 1.11달러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16Gb 제품의 현물 가격도 하루 만에 4달러에서 12.5% 급등한 4.5달러를 기록했다. 현물 가격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매일 소규모로 거래되는 평균가격을 말한다.
반도체 가격 급등은 세계시장 공급부족을 예상한 투기 수요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데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단되면서 전력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세계 실리콘웨이퍼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시장의 공급부족을 우려한 심리적 요인으로 현물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기수요가 빠지면 가격이 금방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곡물가격도 일본 주문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하락세가 이어졌다. 5월물 밀 선물 가격은 0.66% 하락한 부셸당 7.14달러를 기록했다. 밀 5월물은 지난주 13.6% 급락하며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콩 선물 5월물도 지난주 5.6% 급락한 데 이어 이날 0.45% 추가 하락했다. 옥수수 5월물도 0.66% 내려앉으며 7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일본이 원전 대신 LNG를 주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으로 전력생산을 대체키로 하면서 세계 LNG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발전회사들이 다음달부터 월 100만∼150만t의 LNG를 추가로 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제시장에서 LNG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 20여개 LNG 수입국 가운데 수입량의 30~40%를 차지하는 세계 1위 LNG 수입국이다. 가동 중지된 원전발전량을 100% LNG로 대체할 경우 월 87만t의 LNG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LNG, 유연탄 등 수급 차질이 예상되는 원자재의 경우 비상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수급 상황과 국제가격 동향을 점검키로 했다. 일본 수입 비중이 높은 명태, 갈치 등 일부 수산물은 단기 수급 차질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