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양광 회사들은 올 들어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싹쓸이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대대적인 태양전지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며, 생산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지난 1월 한달 동안 무려 5521t을 수입한 것.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5% 늘어났다. 폴리실리콘 국제 현물 가격은 3·11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이후 상승세를 더하며 작년 이맘때에 비해 50% 뛰어올랐다.
태양광업계는 유가 급등과 "일본 원전사태가 맞물리면서 태양광시장이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가 급등이 태양광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면 최근엔 화석에너지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원자력이 일본 원전사태로 휘청거리며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는 것이다.
◆폴리실리콘의 폭등… 중국 수요가 견인
23일 시장 조사기관 PV인사이트(PVinsights)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현물 시장 기준)은 작년 한때 ㎏당 52달러까지 떨어졌지만 16일 현재 79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일부에서는 114달러까지 뛰었다.
미국 햄록·독일 바커와 함께 세계 3강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OCI는 올 들어 그린에너지테크놀로지·모텍 등 대만·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4조1000억원 상당의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단 석달 만에 작년 매출 2조6000억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태양광 산업은 유가 급등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OCI의 연간 생산량은 2만7000t. 앞으로 군산 공장 신·증설이 이뤄지면 내년 말에는 생산 규모가 지금의 두 배인 6만2000t으로 확대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시장에선 폴리실리콘의 급등은 시차를 두고 폴리실리콘을 이용해 만드는 웨이퍼·태양전지 가격도 올린다고 본다. 실제 웨이퍼 가격은 1월 장당 3.74달러에서 3월 현재 3.9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웨이퍼를 잘게 쪼개서 만든 태양전지 역시 1월 와트당 1.18달러에서 1.21달러로 소폭 상승세를 탔다.
◆원자력 투자 일부가 태양광으로 올 것
한국 기업들은 폴리실리콘뿐 아니라 웨이퍼·태양전지 등에 전방위로 진출해있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중공업·SK케미칼·한화·웅진 등이 대표적이다. 태양광산업협회에 등록한 국내 업체는 8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태양전지 사업체가 많다 보니 폴리실리콘만 재미를 보고 나머지 태양전지 업체들은 별 이익을 못 낸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기자들에게 "폴리실리콘부터 시작하는 웨이퍼·태양전지 등 태양광 관련 제품군 중 돈을 버는 것은 폴리실리콘밖에 없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최근 사정은 달라졌다. 태양광산업협회 서재홍 사무차장은 "예전엔 조만간 태양광산업 구조조정이 온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일본 원전사태로 그러한 얘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원자력에 들어갈 투자액 중 10~20%가 태양광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 조사기관인 솔라앤에너지는 당초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를 21GW(1기가와트는 33만가구의 1년 전기 사용량)로 잡았다가 원전사고로 인해 24.9~29.7GW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리실리콘-태양의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태양전지의 원재료다. 작은 실리콘 결정체들로 구성돼 있으며 규소에서 실리콘을 뽑아내는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흔히 '태양광산업의 쌀'로 불린다.
